2016, 총선 활용법 : 지금은 계산서 내밀 때

totw 2016.03.01 21:48 조회 수 : 38

복지 공약 건 새누리·더민주, 4년간 뭐했나?

[복지국가SOCIETY] 2016, 총선 활용법 : 지금은 계산서 내밀 때

 

다가오는 총선, 보이지 않는 답답함

2016년 4.13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연일 문자로 어디에서 출마했다는 소식부터 선거 사무실을 열었다는 소개, 예비 후보로 등록했으니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문자, 최근에는 드디어 여론 조사가 곧 있으니 성실하게 대답해 달라는 문자까지 하루에서 수십 통씩 쏟아져 들어온다.

정책을 자문하고 공약을 만드는 등 그동안 정치권 주변에 있었던 터라 내 전화번호가 많이 알려진 덕분인가 했더니, 그런 연고가 없는 분들도 정치인들로부터 문자를 끊임없이 받는 것을 보면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출마하신 분들의 답답하고 절박한 심정은 짐작이 가지만, 수시로 이런 문자를 받는 일반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북쪽에서 들려오는 핵 실험과 미사일의 위협만큼이나 남쪽에서 남발하는 외교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우려스럽다. 국정 교과서 추진이나 일본 군 위안부 굴욕 외교도 답답하지만, 매일 매일 힘겨운 삶을 살아내어야 하는 대다수 국민의 고통은 그보다 더 절실하여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이나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아니어도, 급속하게 늘어나는 가계 부채만큼이나 일상화된 국민의 삶의 고단함은 날을 더할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절박한 국민들의 탄식 소리는 이를 해결할 유일한 권한이 있는 정치권에는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 새로 나온 분들이 누구인지, 그분이 줄선 계파가 친박인지 비박인지, 아니면 친노인지 비문인지를 알아보기 전에 선거권을 가진 4000만 국민은 유권자로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더 이상의 힘든 생활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한 약속을 이제 한번 챙겨 보도록 하자.

이제는 계산서를 제시할 때 

선거는 유일하게 4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국민이 갑(甲)이 되는 시간이다. 오직 이때만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할 수 있고, 정당들에게 약속을 지켜 달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누리 과정 예산에 대한 책임 여부일 것이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선거에서도 여야가 경쟁하듯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정책으로 보육과 유아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여전히 국비로 지원할 것인지, 지방 교육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보육 교사가 급여를 받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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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영유아보육법이나 유아교육법에서 한 조항만 바꾸면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서로 상대의 탓을 하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그냥 단순하게 물어 보자. 이 문제에 대한 거대 정당들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문제로 다시는 국민이 걱정을 하지 않을 방안을 어떻게 약속해 줄 수 있는지?

최근 정부는 버스 광고로 '맞춤형 반값 등록금 공약이 드디어 달성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물론 연간 14조 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등록금 총액의 절반인 7조 원 중 대학이 반을 부담하고 정부가 연간 3.9조 원을 지출하였으니 표면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등록금 부담이 경감되었다는 말은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에게서 듣기가 어렵다. 

자취방 월세와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비 마련으로 밤을 새워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여당에는 이런 것이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반값 등록금 공약이었는지를 확인해 보고, 야당에게는 당신들이 공약한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도 물어보자. 이번 총선에서는 이름만 반값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비 부담을 완화시켜줄 공약을 요구해 보자.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야당 후보에게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국가가 확실하게 보장 하겠다"라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에 따라 암, 심혈관 질환, 뇌혈관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이 완결되어 매년 6000억 원의 환자 본인 부담이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평년에도 매년 1조 원 정도는 건강보험의 급여가 확대되어 왔다. 지난해 연말 건강보험의 누적 흑자가 4조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과연 연간 6000억 원 정도의 급여 확대가 여당의 대통령 공약의 실체였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여 '의료비에 대한 직접 비용 경감 연간 14조 원은 물론, 불필요한 민간 보험료 부담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던 당시 야당의 대선 후보는 당 대표로 있는 동안 왜 그런 정책은 한 번도 추진하거나 정부에 요구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보자. 단순히 잘못했다는 말을 듣기보다는 적어도 이번 총선에서는 자신의 약속을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지 확실히 물어보자.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금도 정부는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서울시의 청년 수당에 대해 헌법소원과 교부금 삭감이라는 행정 처분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은 청년실업의 실질적인 해소를 위해 청년들 보고 눈높이를 낮추라거나, 해외로 나가 스스로 살길을 찾아보라는 것 외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거대 야당은 자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청년 일자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법률과 예산의 어떤 부분을 개선했는지 따져보자. 그리고 무능력한 기존의 야당이 싫다고 뛰쳐나가서 새로이 만들어진 당에서는 청년 실업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밝혀달라고 요청하자. 

혹시 돈이 없어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변명한다면, "국민행복 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합의하에 증세를 논의하겠다"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자고 이야기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왜 쫓아냈는지 같이 물어보자. 증세 없이 "3무 1반" 공약을 달성하겠다는 야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자.  

과반을 넘는 집권당이라면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일을 못했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반박이니 하는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지 않았다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일들이었다. 127석의 거대 야당이라면 집권당이 아니라서 하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상임위원장이 야당인 곳이 여럿인데,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주요 민생 법안들에 대해 어떻게 변명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받아간 국보보조금은 어디에 썼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기성의 정당과 후보들에게 보내준 지지와 성원에 대한 "계산서"를 제시할 때이다. 지난번 찍어준 표에 대해 얼마나 실현하였는지에 대해 각 정당들에게 이행 실적을 밝혀달라고 요청하고, 미집행 부분에 대해서는 이자까지 덧붙여 다시 한 번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각 정당뿐 아니라, 다시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확인해보자. 옷장이나 책꽂이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공약집을 꺼내 보고, 이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4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해 보자. 지난 4년간 못한 공약이라면 혹시 의원님이 무능해서는 아닌지, 그리고 별로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찍어 준다면 앞으로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자. 

나의 표를 가치 있게 하는 법 

물론 힘 있는 직능 단체나 이익 집단들은 이미 각 정당의 정책위원회나 국회의원들을 불러서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거나, 지금까지 진행된 공약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여러 당을 모두 불러놓고 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약을 제시할 수 있는지 경쟁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힘도 없고, 조직이나 세력도 없는 우리나라의 다수 국민의 이익은 누가 지켜줄까? 

그동안 '누가 당을 탈당했다'에서부터 '어느 당에 입당했다'까지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과정을 신나게 분석하고 자세하게 중계하던 언론은 이제는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는지로 주제를 바꾸어 실황 중계를 하느라 연일 바쁜 것 같다. 새로운 총선을 앞둔 지금,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의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는 고사하고, 정책적인 쟁점 사항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나 후보들 간의 차이를 분석하는 기사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의 목탁으로서의 언론, 국민을 대변하는 제4의 권력기관으로서의 언론의 진정한 모습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 정도라면, 오늘의 "헬조선"을 만드는 데 정치인뿐만 아니라 언론도 공범자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언론도 국민을 대변해 주지 못하고, 내가 지지해왔던 정당이나 후보도 국민의 편이 아니라면 힘없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 밖에 없다. 한번 제대로 된 심판을 보란 듯이 해주는 것이다.

이제 2주 정도 지나면 각 당의 공천자들이 확정될 것이고, 3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이들이 일제히 등록할 것이다. 그리고 3월 31일이 되면 공식 선거 기간에 접어들면서 4월 1일에는 거리마다 선거 벽보가 일제히 붙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지하철 입구에서는 출마자들과 선거 운동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명함을 나누어 주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서 한적해진 아파트 입구에서 오가는 주부들에게도 깊이 고개를 숙이고, 주말에는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교회 앞이나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성당 입구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다니며 표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사기꾼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지금 국민이 공약 이행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다. SNS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리고 현장을 뛰고 있는 후보들을 만날 때 지난번 그 공약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자. 내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 어떤 정책이라도 좋다. 그 정책에 대한 당의 입장과 후보의 입장을 물어보고 정책과 공약이 다시 한 번 선거의 중심에 오도록 하자.

그래서 다가오는 선거가 공약 이행에 대한 심판 투표가 되도록 한다면, 이번 선거는 재미난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토목 건설 공약이 사라지고, 누가 복지를 잘 하나를 경쟁하는 선거가 되었다면, 이번 2016년 선거는 그때 약속한 공약들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경쟁하는 선거가 되도록 하자.

두 번째 방법은 기성의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나의 심판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 광주 보궐 선거가 특정 정당에 대한 심판 투표가 되었듯이 이번 총선은 전국적으로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심판 투표가 되도록 하자. 오늘의 우리나라를 이렇게 살기 어렵게 만든 낡은 정당들이 아니라, 아직은 작고 초라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대한민국을 어렵게 만드는 데 책임이 없는 정당,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미래형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투표를 하면 그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현금인 "투표권"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이번 선거에서 한번 제대로 행사해 보자. 결국, 낡은 정치를 심판하고 국민 행복권을 보장할 복지국가 정치 혁명은 국민의 손,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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