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구어낸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그러나 이후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와 부의 66%를 가져가는 지독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맞게 되었다. 특히,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가 제도적으로 뿌리를 내려온 지난 20년 동안 이런 상황은 심각한 구조적 불평등으로 고착되었고, 그래서 이제 우리나라는 “헬조선”이라는 비참한 유행어가 나올 정도의 격차사회로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현대판 신분사회가 되고 있다.

 

지금,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가계의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저임금 일자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고,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되고 말았다. 특히, 남녀의 임금격차는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이고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4배나 된다. 만년 1위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헬조선’이 바뀌어 버렸고, 청년들은 승자독식 체제의 고단함과 청년실업의 두려움 때문에 이민을 꿈꾼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버려진 땅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는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불평등을 평등으로 바꾸고, 우리 국민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젠 혼자서만 책임지고 혼자서만 누리는 자구와 각자도생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혼자만 살겠다고 무한경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비참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 지금까지 기성의 정치세력들은 말로는 국민을 위하고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골몰했다. 낡은 정치세력들은 경제계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대기업과 부자들의 손을 맞잡고 있으며, 정부의 고위관료들과 결탁하여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공고해했다. 우리는 기성의 낡은 정치가 보여준 이런 위선들과 깨끗하게 결별해야 한다.

 

자유, 평등, 연대를 기반으로 국민의 존엄과 행복권 보장해야

 

이제, 시장의 자유와 남으로부터 간섭받지 않을 권리인 소극적 자유만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구나 자신의 재능과 소질에 맞는 일에 도전할 실질적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모두가 똑같이 나눠가져야 한다는 획일적 평등을 넘어, 필요와 여건에 따라 더 갖기도 하고 덜 갖기도 하고 더 내거나 덜 내기도 하는 새로운 평등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함께 더불어 사는’ 연대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자유, 평등, 연대가 올곧게 실현되면 모든 국민은 존엄과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낡은 이념 논쟁이나 시대착오적인 진영 대결을 넘어, 국민 모두가 보장받아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 누가 이 목표를 더 잘 이루고 또는 더 잘 이룰 수 있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이런 새로운 정치 질서가 필요하다. 모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은 연대를 통해 실현하고, 이런 가치들이 우리나라의 법률과 윤리로 제도화되어 우리사회의 생각과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이며, 복지국가당이 추구하는 바이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는 국민의 존엄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존엄과 행복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이 수단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정치이다. 따라서 복지국가당은 복지국가 정치를 통해 자유․평등․연대와 이에 기반을 둔 존엄과 행복을 실현하는 정책들만을 고집할 것이다. 그래서 복지국가 정치는 결국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게 될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라 하겠다.

 

정치를 바꾸어서 민생을 구하고 경제를 살려야

 

복지국가당이 내세우는 가치들이 실현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정치를 바꾸어 민생을 구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새로운 정치의 핵심은 국민의 의지가 정치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표의 절반 이상을 사표로 만들어버려 민의를 왜곡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독일식 선거제도와 같은 비례성 강한 선거제도가 필요하다.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365일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비례대표가 확대되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는 여러 정당들이 국회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이들이 365일 국회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논의를 하게 되고, 이 속에서 합의의 문화가 생겨나게 된다. 지금처럼 다수당이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합의의 경험들은 정치의 영역을 넘어 점차 경제와 사회 전체로 뻗어나갈 것이다. 이렇게 정당들이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단체나 조직들이 각자의 이해를 표출할 것이고, 이런 정치 과정은 결국 국민 다수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은 바로 일자리 보장이다. 민생의 시작은 일자리를 보장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 국민 누구나 부담하고 있는 건강, 주거, 육아, 교육, 교통, 통신 등의 필수적인 것들에 드는 본인부담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민의 주머니는 두툼해진다. 그리고 경제성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규제완화와 낮은 법인세는 정답이 아니다.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경제는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일상이 편안하고 교육을 통해 역량이 높아질수록 경제는 잘 돌아간다. 그러므로 이런 조건을 만드는 것을 통해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복지국가의 완성은 성 평등을 달성함으로써 이뤄진다. 여성이 일 때문에 가정을 포기하거나, 가정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양성평등에서 아빠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복지국가당은 이렇게 합리적이고 국민에게 이로운 것들에 대한 국가 개입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역동적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역동적 복지국가, ‘국민의 집’을 제대로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대와 기초가 제대로 서야한다. 복지국가당은 경제와 복지를 하나로 엮어내어 그러한 토대와 기초를 만들고자 한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보육에 따른 불안이 없을수록, 현장에 맞는 교육을 잘 받을수록, 집이나 집세의 걱정이 없을수록, 일터에서의 집중력과 노동의 생산력은 높아진다. 따라서 복지는 더 이상 낭비가 아니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토대이자 원동력이 된다.

 

경제발전을 위해 우리나라가 반드시 크게 확충해야 하는 것이 서비스 부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건강서비스, 의료서비스, 보육서비스, 교육서비스, 돌봄서비스 등이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실하다. 이제 국민의 공동자금을 통해 이 영역을 공략해야 한다. 이 영역에서 공공성을 강화하여 이들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효과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복지를 확대한다는 것은 곧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경제민주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복지국가당은 이처럼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보통사람들이 거대한 변화와 복지국가 정치의 주역이 되어야

 

많은 국민들은 정치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높은 자리에 올라갔던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스펙 좋은’ 분들이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이었나? 그건 바로 국민 다수의 절망과 불행이었다. 이제 정치가 더 이상 ‘높은 양반들’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보통사람들이 정치의 주역이 되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사람의 눈으로 보통사람을 위한 정치를 해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보통사람들과 정책전문가의 이런 결합은 복지국가를 향한 정치혁명의 토대가 될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하는 정치는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 복지국가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가 있으면 복지국가당에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복지국가당은 정책보좌관과 연구원들을 통해 해당 문제와 관련된 자료를 국가에 요구하고 이것을 100% 공개한다. 그리고 이들 자료를 분석하여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낸다. 물론 해결책을 찾아내는 노력은 제기된 문제에 대한 당원과 보통사람들의 토론을 통해서도 이뤄질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정책들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게 된다.

 

주요 공직 후보자들은 일차적으로 당원들이 선정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에서 열심히 풀뿌리 운동을 하면서 복지국가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몸소 실천해 오신 분들, 각 분야의 모범적인 보통사람들이 당원들로부터 부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당원들이 원한다고는 해도 ‘정체성위원회’가 해당 후보자가 정말 복지국가당의 가치와 정책을 실현시키는 데 적합한 지의 여부는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원들은 이 평가의 결과를 참고하여 다양한 토론을 하게 되고, 이런 민주적 과정을 통해 복지국가당에 적합한 공직 후보자를 선정하는 게 옳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 모두의 행복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기치로 내걸었다. 현실의 불안과 고통으로 민생이 힘든 분들, 그래서 대한민국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복지국가당의 깃발 아래 모여 강한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복지국가의 길이 ‘경제대국의 길’이고, ‘복지대국의 길’이며, ‘정치대국의 길’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복지국가당이 내건 “역동적 복지국가”의 깃발이 우리나라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의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벗고 “헬조선”의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넘어, 이제 보통사람들이 복지국가 건설의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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