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학교 교수)

 

“연금재정 고갈, 연금보험료 2배 폭등, 세대 간 도적질”, 이는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자는 정치권의 초기 합의(5월 2일)를 둘러싸고 최근 정부여당과 보수진영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머지않아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어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국민연금 혜택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말 도 안 되는” 풍문들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위시하여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을 다시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무능하고 낡은 정치와 무책임한 정부가 온 국민의 공적 노후소득보장을 볼모로 ‘연금정치’의 본질을 벗어난 공포 마케팅을 연출함으로써 국민의 ‘정치 불신’만 더 키워놓았다.

 

낡은 정치와 세련된 연금정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노력과 제언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최근 여야 간에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5월 29일 합의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공적연금강화특위)를 구성하고, 활동기한은 10월 31일까지로 한다. ②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와 그 밖의 합의내용에 대한 적정성 및 타당성을 검증하고, 제반사항을 논의하여 합의된 실현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회에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사회적 기구, 20인 위원으로 구성)를 설치한다. ③ 공적연금강화특위는 사회적 기구가 제안한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방안을 반영하여 공적연금 강화 관련 법률안 등을 심사·의결하며, 여야는 2015년 11월 중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세련된 연금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우리는 가급적 최대한의 노후소득보장을 통해 온 국민의 존엄하고 인간적인 노후가 가능해지길 기대한다. 보험료 수준 또한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정해야 하며, 후배 세대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을 주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는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우리 국민의 이런 기대를 적절하게 수렴하고 조정하여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번에 여야는 2015년 11월 중 본회의에서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 방안을 입법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과연 이 합의는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 온 국민의 존엄하고 인간적인 노후를 보장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공적연금제도를 도출해낸다면, 우리나라도 연금정치와 같은 ‘복지국가 정치’의 시대로 한 단계 진입한 것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실질적 보편주의 원칙의 결여: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성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1월 1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되었고, 1999년 4월 도시지역까지 확대됨으로써 외형상 모든 국민을 포괄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장치를 내장하고 있어서 저소득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세대 내 연대’를 제도화하고 있다. 가령, 1999년 가입자들 중 월 소득 50만원인 사람은 ‘낸 보험료 총액 대비 받게 되는 연금총액’을 의미하는 수익비가 4인데 비해, 150만원인 사람은 수익비가 1.9이고, 360만원인 사람은 1.4이다. 또, 국민연금은 후세대가 현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이렇게 높은 것은 바로 이것 덕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는 두 가지의 큰 문제가 있다. 이는 실질적 보편주의 원칙의 결여 때문인데,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급여 보장성(소득대체율)이 그것이다.

 

첫째, 넓은 사각지대 문제를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의 1/3 정도만이 국민연금 급여(월 평균 약 34만원)를 받고 있다. 이는 아직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도입 기간이 유럽 복지국가들에 비해 짧은 관계로, 즉 제도의 미성숙으로 인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더라도 우리나라는 가입률이 6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20-60세 인구의 절반이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사실상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8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 약 3,200만 명 중에서 약 48%만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저임금근로자,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가정주부 등이다. 향후 노후소득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므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둘째, 낮은 급여 보장성(소득대체율) 문제를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1988년의 제도 도입 당시 평균소득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70%의 소득대체율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기금 고갈 우려로 몇 차례의 개혁을 거치면서 1999년에는 60%로 낮아졌고, 2008년에는 50%로 낮아졌다. 그리고 2009년부터 매년 0.5%씩 낮아져 2028년에는 명목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지도록 했다. 그런데 이것은 유럽 복지국가들의 50-70%의 명목소득대체율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명목소득대체율 40%는 국민연금 40년 가입이 전제인데, 우리나라는 열악한 노동시장 상황으로 인해 실질소득대체율이 2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실질소득대체율은 24%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결국 현재의 국민연금은 존엄하고 행복한 노후와 거리가 멀고, 이것만으로는 상대빈곤율 53%로 OECD 평균의 4배나 되는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존엄과 연대의 공적 노후소득보장

 

공적 노후소득보장이 적정하지 않다면 우리 경제와 사회의 모든 것이 꼬이게 된다. 노인들은 소비할 여력이 없고, ‘생산 가능 인구’도 노후불안 때문에 지갑을 닫게 된다. 이런 극심한 소비 수요의 부진에 더해, 노후불안은 육아와 교육에 큰 부담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출산을 더 꺼리게 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 전반의 역동성과 활력이 사라지고, 지속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가치와 원칙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존엄’과 ‘연대’가 그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시장만능과 승자독식의 경제 질서는 필연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이로 인한 만성적 민생불안을 낳게 된다. 여기서 인간의 존엄과 연대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아예 일자리가 없거나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넘쳐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게 지금 우리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설사 적당한 일자리를 잡았다 해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원치 않는 방식으로 조기퇴직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이렇듯 삶의 과정에서 소득 단절의 위험은 언제나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시장만능의 세상에서 소득 단절은 곧 절망과 죽음을 의미한다. 발버둥을 쳐봐도 대부분 별 소득 없이 끝난다. 그래서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엄청나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양상으로 진행된다. 이런 각자도생의 삶에서 인간의 존엄은 성립되기 어렵다. 시장만능의 경제사회적 조건을 수용한 가운데 인간의 존엄을 포기한 채 각자도생의 삶을 사는 것 대신, 우리는 존엄과 연대의 삶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존엄과 연대는 늘 붙어 다닌다. 결국, 하나인 셈이다. 존엄한 인간만이 눈앞의 즉자적 이기심을 넘어 더 크고 넓은 연대의 길을 선택한다. 보편주의 원칙의 4대 사회보험을 제도적으로 수용한 것도 ‘존엄’과 ‘연대’의 길이다. 4대 사회보험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소득 단절이라는 위험으로부터 존엄을 지켜준다. 그 방법적 원리는 바로 연대이다. 존엄한 사람들이 연대라는 방법을 통해 함께 제도적으로 위험을 극복하는 것이다. 산업재해로 일할 수 없는 경우의 소득 단절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이 작동하고, 회사의 폐업이나 해고의 경우에는 고용보험이 작동한다. 질병으로 일하지 못해 소득이 단절된 경우에는 질병보험이 작동하고, 노령으로 인한 소득 단절의 경우 국민연금이 작동한다. 이것이 공적 소득보장제도인 4대 사회보험인데, 여기서 관철된 ‘연대’의 원칙은 “내가 일할 능력이 있을 때는 타인을 도우고, 일할 능력이 없어 소득 단절이 예상될 경우에는 제도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제도적 연대는 시혜나 자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경우에는 ‘세대 내 연대’와 ‘세대 간 연대’가 동시에 작동한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에 사용되는 세금(조세)은 누진적 조세의 원칙에 따라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부담하는데, 이것은 ‘세대 내 연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A값)은 강력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것도 ‘세대 내 연대’에 해당한다. 그리고 지금 일을 하는 세대(생산 가능 인구)는 내 자식만이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 전체를 잘 키워야 하고, 이렇게 자란 세대가 생산 가능 인구가 되었을 때에는 앞 세대의 기여에 보답하기 위해 자기 부모만이 아니라 은퇴한 세대 전체를 부양하려고 기꺼이 세금이나 보험료 부담을 지게 된다. 이것이 ‘세대 간 연대’의 핵심이다. 우리가 공적 노후소득보장을 ‘존엄’과 ‘연대’의 원칙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심사숙고를 한다면, “연금재정 고갈, 연금보험료 2배 폭등, 세대 간 도적질”과 같은 천박한 말을 할 이유와 논리가 들어설 여지는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노후소득보장의 종합적 해법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경제민주화), 혁신적 경제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지금의 ‘저 성장-저 복지’ 추세로는 시장만능의 양극화와 민생불안만 심화될 따름이다. 결국, 기존의 불판을 바꾸는 정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그래서 경제성장과 복지분배의 통합적 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다. 현재 일하는 세대가 출산을 하지 않아 후세대를 일정한 규모로 잘 양육해내지 못한다면 누가 그 세대의 노후를 책임질 것인가! 출산과 양육이 없다면 노인세대가 청구권을 행사할 대상 자체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2014년 합계출산율은 1.19였다. 이런 ‘극도의 낮은 출산율’이 지속되어 인구가 감소하면, 노인인구의 비율은 높아지고 노인부양을 위한 재정소요는 늘어난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아무리 높여 적립하더라도 합계출산율 1,19 수준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므로 우리는 “연금재정 고갈, 연금보험료 2배 폭등, 세대 간 도적질” 같은 천박한 말에 속아선 안 된다. 지금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국민경제가 발전하고 적정 인구가 유지된다면 국민연금은 아무런 걱정이 없다. “연금재정 고갈, 연금보험료 2배 폭등, 세대 간 도적질” 같은 천박한 말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보편주의 원칙을 잘 실천하고 있는 스웨덴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경제-복지 전반의 실질적 보편주의 덕분에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하고 있고, 합계출산율도 1.9로 OECD 평균인 1.7 보다 높다. 실질적 보편주의를 통해 양성평등 수준이 높아 스웨덴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과 거의 동일한 수준(약 79%)이다. 보편주의 국가인 스웨덴은 높은 출산율로 인해 노인부양율은 낮고 경제활동참가율은 높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연금부담률이 낮아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이런 기조 하에서 우리나라의 공적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몇 가지의 정책적 방향을 찾아보자.

 

첫째,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지금도 열악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저임금근로자 등)의 노후빈곤 예약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장차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지금 ‘생산 가능 인구’의 50%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국민연금에서 배제됨으로 인해 이들에게는 ‘연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세대 내 연대’와 ‘세대 간 연대’가 모두 사라졌다. 정의롭지 못하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보편주의로 설계된 사회보험에서 실질적 보편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해서 벌어진 비극이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처방이 요구된다. 먼저,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기금 고갈로 인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국가가 보증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연금 가입 독려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 소득 140만 원 미만 근로자에게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미약한 지원으로는 실효성이 낮을 것이므로 더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재정절감분의 20%를 사용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사각지대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노후소득보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국민연금 급여의 보장성(소득대체율)을 적정화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명목소득대체율이 40%인데, 이는 40년 가입이 전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시장 환경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3%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실질소득대체율은 24%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2014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평균소득은 200만 원이므로 23년 가입한 평균소득자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46만 원이 된다. 이는 존엄하고 인간적인 노후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해법을 찾는다. 민간보험 가입이 그것이다. 보험회사들은 큰돈을 벌겠으나 ‘세대 내 연대’와 ‘세대 간 연대’의 크기가 동시에 작아졌으므로 보통사람들은 큰 손해를 본다. 기업들도 큰 이익을 본다. 공적연금 기여금의 절반을 고용주가 내는데, 보험료율이 낮을수록 기업은 큰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률은 GDP의 2.6%로 OECD 평균인 5.2%의 절반에 불과하다.

 

셋째, 기초연금을 확충해야 한다. 2007년의 연금법 개정으로 60%이던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내렸고 2009년부터 매년 0.5%씩 낮추어 2028년까지 40%로 하향하기로 하는 대신에 2009년부터 기초노령연금으로 A값의 5%를 지급해서 2028년에는 A값의 10%가 되도록 했다. 그래서 공적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 40%와 기초노령연금 10%를 합하여 50%가 되도록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은 명칭이 기초연금으로 바뀌었고, 소득하위 70%의 노인에 대해 A값의 10%인 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적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실질소득대체율 23%에 기초연금 소득대체율 10%를 더하여 33%이다. 나는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을 최소한 40-45%로 높이기 위한 정치사회적 논의를 제안한다. 이것이야말로 공적연금의 실질적 보편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투쟁, 즉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정치사회적 투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의 상황과 국제기구들의 제안을 고려해볼 때, 현재 33%인 우리나라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을 40-4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상향과 기초연금의 확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실, 나는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기초연금의 확충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사각지대, 53%라는 극단적으로 높은 현재의 노인빈곤율, ‘세대 간 연대’의 원칙 등을 고려해볼 때, 기초연금의 확충이 우선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A값의 10%(약 20만 원)인 기초연금을 A값의 15%(약 30만 원)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서 합의된 대로,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는 방안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정치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해서 좋은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공적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40%가 되도록 해야 하며, 이에 더해 45% 또는 50%를 넘지 않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높은 사람에게는 기초연금 급여를 줄여서 조정하면 된다.

 

다시 한 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일하는 세대는 자신을 키워준 선배세대를 공적연금으로 잘 부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일하는 세대는 후배세대를 충분히 출산하고 잘 키워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시장만능의 경제사회 질서가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없고 희망을 잃어버렸다. 캥거루 세대, 3포, 5포, 7포로 청년 세대가 거듭 추락하고 있다. 우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재정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재정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출산과 육아 및 교육 등의 비용부담을 없애는 데, 일자리 창출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위해 청년의 주거복지를 해결하는 데도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존엄’과 ‘연대’는 세대를 이어가며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역동적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낡은 정치’가 이 일을 해내긴 어렵다. 그래서 다시, 낡은 정치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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