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근연구원)

 

요즘은 ‘아빠를 부탁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가족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우리의 부녀관계, 육아방식과 유사해 보이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높이고 무한경쟁의 사회로부터 피곤해진 삶을 가족으로부터 위로받고 싶어 하는 기본적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들에서 대중들이 괴리감을 느끼는 공통된 부분이 있다. 바로 ‘집’이다. 조재현과 조혜정의 어색한 부녀 사이에 공감하다가도 카메라가 널찍한 거실과 예쁘게 꾸며진 방을 비출 때 대중들은 그들이 연예인임을 실감한다. 송일국과 삼둥이에 푹 빠져 있다가 넓기도 넓거니와 전망마저 좋은 집안 곳곳을 비추면 아이들에게 그런 주거환경을 제공해줄 수 없는 처지에 한숨이 나온다.

 

사회불안으로 확대되는 보통사람들의 주거불안

 

보통사람들의 주거 현황은 암울하다. 우리나라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2000년대 들어 100%를 넘었다. 즉, 10여 년 전부터 통계상으로는 ‘한 가구에 한 집’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점유율(자기가 소유한 주택에서 살고 있는 비율)은 53.6%로 1970년 71.8%에서 뚝 떨어졌다. 특히 수도권은 45.9%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집을 빌려 살고 있는 전월세 인구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값은 나날이 치솟아 지금은 집값의 70%까지 넘어섰다.

 

월세는 어떠한가?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2%도 되지 않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 인구 비중은 크게 높아졌지만 월세 부담은 만만치 않다. 올 2분기 가계의 월세 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9%로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울은 평균 월세 부담액이 70만 원 이상이고, 100만 원이 넘는 고액월세도 전체의 25%에 이르렀다. 이렇다보니 무리해서라도 대출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늘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1130조 원을 돌파했다.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로부터 벗어나 돈 좀 모아 보겠다고 대출 받아 전세를 얻거나 집을 구매하지만 또 다시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국가경제의 불안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비싼 집에 살지만 주거의 질은 만족스럽지 않다. OECD의 ‘지역별 웰빙’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거행복도는 10점 만점에 2.6점, 특히 수도권은 2.1점으로 조사대상 33개 국가 중 24위에 그쳤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기본적인 공간인 주거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미혼세대는 결혼 자체를 포기하고 신혼부부는 아이 낳기를 꺼려하면서 저출산이 심각해졌다. 고시원과 지하 월세 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연애를 포기하고 지독한 취업경쟁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결국 주거불안이 사회불안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대책 :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의 효과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정부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크게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강화와 전세난 해소를 위한 방안이 담겼다. 우선적으로 그동안 정책 대상에서 소외되었던 저소득층 독거노인과 청년세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서민과 중산층 주거불안의 핵심인 높은 전월세 가격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할뿐더러 오히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월세 값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낳게 한다.

 

우선, 이번 방안이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전세 값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재건축·재개발을 위해서 지역주민들의 2/3가 동의해야 했으나 이번 방안으로 1/2 이상의 찬성만 있어도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권한이 도지사에서 시장·군수로 이양되는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 규정이 과도하게 완화되면서 재개발 구역을 무분별하게 설정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중의 42.7%가 여전히 추진위나 조합 단계에서 절차적 문제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재개발을 위한 초기 절차적 요건의 완화는 향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재개발·재건축이 다시 전세 값 상승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살 전세 집을 찾는 주민들이 급증할 것이고, 이는 전세 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지난 1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재건축 규제를 크게 완화한 작년 9·1 대책 이후 강남권에서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강남주민들의 이주가 서울 외곽지역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지난 1년간 서울의 전세 값 상승률은 5.8%, 경기도의 경우 무려 7%나 폭등했다. 최근의 전세 값 폭등의 대부분이 이러한 재개발·재건축으로부터 기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빗장을 푸는 것은 진정으로 전세 값을 내리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둘째, 정작 전세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중산층의 주거비 절감을 위한 ‘뉴스테이’ 공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뉴스테이란 대형 건설사들이 건물을 짓고 직접 임대료를 받아가는 주택 형태를 말한다. 주민들은 8년 동안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이 연 5%대로 제한되어 주거비의 급격한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정부가 자금 및 세제지원 등의 혜택으로 민간 건설사들이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뉴스테이가 과연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서울 신당동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가 100만 원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대림동의 뉴스테이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가 110만 원이다. 관리비까지 감안하면 입주자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2014년 중산층의 평균소득이 291만 9천 원임을 감안할 때 소득의 1/3을 월세 값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SBS보도. 5월 15일)이 과연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가? 이 정책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민간 기업을 통해 시장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높은 전월세 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점부터 한계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민간 기업으로서는 임대료 상승률이 제한되어 있으니 애초에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실질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들은 대기업들의 주머니만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 뉴스테이 정책은 가을 이사철에 급격히 늘어날 전세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고작 ‘3,000가구’의 ‘입주 시기’만을 당기는 임시방편적인 정책과 더불어 전월세 난을 해소하는 데 거의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셋째, 저소득층 독거노인과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지도 미지수이다. 이번 정책에서 정부는 리모델링 임대를 통해 고령자 및 대학생에게 각각 전세 2,000호씩을 우선 공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낡은 주택 소유자에게 낮은 이자율로 리모델링을 위한 기금을 빌려준 뒤 저소득층 독거노인과 대학생에게 주변 시세의 50~80%로 8년~20년까지 임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빚을 내서 리모델링한 집 주인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까지 용인할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이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집 주인이 이런 정책에 참여할 유인도 적다.

 

‘LH 대학생 전세임대정책’ 또한 전세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책 조건까지 맞는 전세 집을 찾아야 하는 등 장벽이 많아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의 주거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행복주택’은 이미 물량이 20만호에서 14만호로 축소되었다. 게다가 대상자 중 하나인 ‘사회초년생’을 5년 이내의 건강보험 가입자로 제한함으로써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했거나 잦은 이직과 실직을 반복하는 불안정 상태에 놓인 청년층을 배제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이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주거불안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성찰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기 보다는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책이 독거노인과 대학생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 역시 지난 7월 청와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거노인과 대학생들에게 맞는 주거지원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부랴부랴 방향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집이 안식처가 되는 방법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욕구인 ‘의·식·주’에 ‘주거’가 들어가는 것은 잠자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락한 공간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주거가 갖는 중요성 때문에 헌법 제35조 3항에서도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국가가 국민에게 안락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 실효성 없는 임시방편적 대책들만 내놓아서는 안 된다. 국민의 주거권 보장 의무를 다하기 위해 중장기 대책을 세우고 체계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사회가 겪는 주거불안의 핵심은 ‘높은 전월세 가격’이다. 이를 낮추는 데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 여태껏 정부는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택정책을 일관해왔으나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건설기간이 2~3년 소요되므로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전월세난이 더 심각해진다는 것은 다른 측면의 정책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임대료 결정을 민간에 맡겨두고 있는데, 이를 세입자, 집주인, 정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세입자와 집주인 대표로 구성된 ‘아파트 임대료 조정위원회’가 지자체 산하에서 운영되어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월세를 함께 정한다. 독일, 프랑스 역시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의해 임대료를 결정하는 ‘임대차 안정화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임대료가 정해지지 못할 경우 지자체가 고시하는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정해진다(국민일보 09.02 보도 참고). 이런 제도들은 직접 임대료를 주고받는 당사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선에서 임대료가 책정되게끔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주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 세입자가 원하는 기간만큼 살 수 있도록 해서 계약갱신 시마다 겪게 되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월세 상한제도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가계의 전월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런 여러 제도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같은 장기적 대책과 더불어 시행되어 공급측면의 장기적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불안정 요소들을 제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의 자생적인 주거협동조합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고토부키 지역에서는 주거협동조합이 보증자로서 역할을 하여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적절한 계약관계가 성립될 수 있도록 돕는다. 임대인은 빈집을 활용할 수 있고 세입자는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상부상조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주거협동조합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불안정한 주거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안락한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데 드는 지나치게 큰 비용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부담스럽게 만들면서 사회공동체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온 가족이 함께 편하게 쉬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게 행복의 조건이고, 이런 조건을 국민 모두에게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복지국가 정당’이 추구하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목적이다. 그래서 이런 복지국가에서는 보통사람들도 가족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주거의 소외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게 될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 박근혜, 스웨덴 배우려면 증세부터 해라! totw 2016.04.26 4547
24 정권 심판을 넘어선 정치 변화의 가능성 totw 2016.04.22 4536
23 가계 파탄 3대 원인 의료비, 해결할 정당은? totw 2016.04.18 4714
22 정치의 계절과 노인문제 totw 2016.04.09 95
21 아이 하나당 월 10만 원씩 주자! totw 2016.04.08 21
20 공공 사회 서비스 30% 확충 프로젝트 totw 2016.03.31 21
19 왜 '더불어 연금'인가 totw 2016.03.24 21
18 청년 고용 소득 보장 제도를 제안한다 totw 2016.03.17 106
17 이제 더 이상 인물 교체라는 말에 속지 말자 totw 2016.03.10 40
16 김현호 -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file 김박사 2016.03.05 105
15 2016, 총선 활용법 : 지금은 계산서 내밀 때 totw 2016.03.01 38
14 4급 장애인 의사인 나는 왜 출마했나 totw 2016.02.25 74
13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의 정치, 나도 하겠소! totw 2016.02.04 55
12 [이상이] 우리는 왜 ‘복지국가당’ 창당에 나섰는가? jaehog 2016.01.21 11
11 [이상구] 누가 국회의원이 될 것인가? jaehog 2016.01.21 28
10 [이상이] 공적 노후소득보장, ‘낡은 정치’가 문제다 jaehog 2016.01.21 11
9 [김시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청년의 미래 jaehog 2016.01.21 18
8 [이상이] 공적 노후소득보장, ‘낡은 정치’가 문제다 jaehog 2016.01.21 8
» [정초원] 보통사람들에게 집이 부담이 아니라 안식처가 되는 방법 jaehog 2016.01.21 55
6 [이권능] 청년활동지원을 넘어 청년고용소득보장으로 jaehog 2016.01.21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