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실장)

 

지난 11월5일, 서울시는 2020년까지 5년간 총 7,13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기존의 청년정책들과는 달리 청년문제를 단순히 고용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소득, 활동, 일자리, 주거, 참여공간 등의 전체적 삶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새로운 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안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정부와 보수언론의 적지 않은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년활동지원사업이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29세의 청년들 중에서 니트족(만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인구 중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도 취업하지 못해서 교육∙직업훈련∙취업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미취업 청년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중위소득 60% 이하의 소득과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들 중에서 활동의지를 가진 청년들에게 2-6개월 동안 교육비, 교통비, 식비 등에 사용될 월 평균 50만 원을 보조해주는 것이다. 지원 대상자들은 진로에 대한 설계 및 사회참여활동 계획을 자발적으로 제시하고, 서울시는 이를 심사하여 3,000명을 선별하는데, 내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청년정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의 대상이 아닌 협력의 문제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유발하고 있는 첫 번째 쟁점은 이 사업이 사회보장제도인지의 여부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급여가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사업 시행 예정일 180일 전에 보건복지부에 협의요청서를 제출하고, 보건복지부는 협의요청서 접수 후 90일 이내에 수용/조건부 수용/수용불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지자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이 조항을 지자체의 복지 관련 정책들에 대한 승인 권한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5,892개의 지자체 사업을 유사∙중복사업으로 지정하고, 이를 수정 또는 폐지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여건 속에서, 보건복지부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업을 승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이 사업은 일자리 사업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볼 때, 일자리 사업은 광의의 복지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사회보장제도에 속한다. 하지만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된다고 해서 논리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이 사업을 반대할 법적 명분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려면, 자신들의 사업들 중에 이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 사업 자체가 불필요한 사업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보건복지부에는 이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이 없다. 넓게 보면,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과 다소 겹쳐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는 투여되는 예산규모가 너무 작아서 이 사업으로부터 배제되는 청년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오히려 예산과 정책수단을 더 투여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가 누락된 것이어서 특단의 정책수단들이 더 지원되어야 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이번에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오히려 중앙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시행해야 하는 정책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의 의무를 방기한 채 오히려 필요한 일을 없애려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이 사업이 불필요하다고 여길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 현재 청년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 2011년에 취업활동수당을 주장하면서 4,000억 원의 예산을 요구한 바가 있으며, 이것 자체가 필요성의 방증이 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정도에 부응하지 못해서 청년정책에 아주 큰 구멍이 났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을 주거나 격려해 주는 게 사리에 맞다.

 

지역 간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해 전국적 차원의 청년정책 필요

 

두 번째 쟁점은 지역 간 불평등에 있다. 청년활동지원사업은 긍정적인 정책효과와는 상관없이 지역 간의 불평등을 낳을 우려가 크다. 서울시는 돈이 많아 청년들에게 지원을 하는 반면, 다른 지자체는 재정부족으로 인해 동일한 혜택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지역 간 불평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거주 지역에 따라 사회생활의 조건 자체가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서울시 이외 지역의 ‘사회 밖 청년’은 서울 지역의 그들에 비해 더 열악한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이후의 삶 전체가 불평등의 굴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지역 간의 불평등이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철회하거나 사장시키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정책이 ‘실패한 10년’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사회 밖 청년’의 삶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긍정적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미 프랑스,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도 그 효과들이 입증되고 있는 정책을 철회 또는 사장시키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청년에 대한 배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단순하다.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서울시만이 아니라 전국적 차원에서 시행하면 된다. 중앙정부가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 밖 청년들’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이 정책을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청년정책을 실행한다면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자체 내에 갖고 있는 한계들을 넘어서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란?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는 청년니트, 즉 학생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니며 직업교육을 받지도 않고 있는 ‘사회 밖의 청년’들에 대해 최소소득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고용 위주의 사회참여로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구직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더 넓게는 다양한 공익활동이나 시민사회활동 그리고 자기계발 등의 활동도 지원한다. 청년들은 구직계획, 직업교육계획, 공익 또는 시민사회 활동계획을 고용도우미 또는 활동도우미와 함께 설계하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부는 ‘고용준비수당’을 지급한다.

 

따라서 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지원시스템, 직업교육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활동지원시스템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들의 구축과정만이 아니라 운영과정에도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며, 프로그램을 거친 청년들은 일자리를 보다 용이하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선별적이 아닌 보편적으로, 그리고 6개월에서 고용될 때까지

 

지역 간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자체적으로 갖는 한계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지자체들이 서울시와 동일한 재정여건 또는 정치적 상황이 아니어서 동일한 사업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자체 내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참신한 정책이며 많은 고민을 담아내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의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정책 대상자가 너무 협소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서울시의 졸업유예자, 미취업 청년니트, 불안정 근로자 등 청년활동지원사업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청년들이 약 50만 2천 명인데, 이는 서울시 전체 청년의 34.9%에 이른다. 그런데 서울시의 이번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이들 중에서 고작 3천 명만을 선별하여 지원할 뿐이어서 대상자의 수가 적음이 확연하다.

 

정책 대상자의 규모 면에서 보면, 우리가 주장하는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는 보편주의를 지향한다. 모든 ‘사회 밖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하나 또는 소수의 지자체에서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관할 하에 운용되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보편성은 모든 청년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주거지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또는 소득의 크기에 따라 기본적 삶의 충족이 결정된다면,  이는 온전한 ‘함께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다. 기본적인 삶의 수준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며, 국가정책의 목표는 바로 이러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최소 2개월 최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제공되며, 2번 이상의 혜택은 볼 수 없다. 2015년 5월 기준으로 ‘사회 밖 청년’으로 생활하는 기간이 11개월이고, 1년 이상의 구직기간을 가지는 비율이 26.4%, 3년 이상의 초장기 구직기간을 겪는 비율도 8.5%나 되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최대 6개월의 지원기간은 짧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는 고용될 때까지 현금급여와 서비스급여를 제공하도록 설계된다. 그야말로 완전한 보장이다.

 

자기 주도적 참여에 전문가의 도움을 더하기

 

또 하나의 한계 극복은 청년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살리면서도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전문성을 보완해 줌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청년활동지원사업은 구직활동이나 공공∙사회활동의 계획이 담긴 계획서를 스스로 만들어서 제출하고, 이 계획서를 평가하여 대상자를 선별하게 된다. 그리고 선별된 대상자들은 그 계획서에 명시된 것들을 혼자 스스로 실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성과 주체성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갖춘 사람의 도움이 가미되었을 때 더 빛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는 고용도우미와 활동도우미를 소득보장과 더불어 병행하게 한다. 이 도우미들은 ‘사회 밖 청년’이 어떤 구직활동이나 공적 또는 시민사회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할 때 전문적인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 계획들이 실현될 때에도 동행하면서 조언을 해주게 된다. 그렇다고 이 도우미들이 제공하는 것이 몇 개의 고정되고 틀에 박힌 것들이 아니다. 청년들의 자기 주도적인 계획을 먼저 짜고, 이에 대응하면서 더 좋은 계획이 되도록 도우미들이 도와주는 것이다.

 

활동과 고용의 적절한 연계

 

청년활동지원사업이 갖는 또 하나의 큰 약점은 활동과 구직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에 있다. 이 사업은 구직활동을 포함하여 개인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 지원을 제공한다. 물론 활동이 반드시 일자리와 관련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자존감을 세움에 있어 반드시 고용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갖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게 자존감을 세우는 것이다. 더군다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급여의 제공기간이 최소 2개월 최대 6개월이다. 이 기간 안에 여러 활동들을 통해 자존감을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통해 자존감을 세우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기간이다. 현장에서 원하는 기술을 습득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채우는 것은 최소한 1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는 ‘사회 밖 청년’이 취업을 할 때까지 현금급여만 아니라 서비스급여 즉, 직업교육 서비스나 구직 및 알선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고용과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더 견고하게 이어진다. 특히, 이 제도는 공적 활동이나 시민사회 활동에도 구직활동과 동일한 지원을 하고, 이 활동들이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화한다. 예를 들어,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취미활동을 계획했다면 취미활동을 하면서 특정의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활동이 최종적으로는 구직으로 연결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등을 외면하고 단지 정치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목적 하에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를 망각한 행태로 평가 절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포퓰리즘에 기댄 비판은 오히려 청년들의 일상적 문제를 진보/보수 또는 좌파/우파라는 낡은 이념대립으로 바꿔 ‘종북딱지’와 같은 주홍글씨를 덧씌우려는 선동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는 정책에 관해서 만큼은 비이성적인 논쟁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을 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 속에서 청년문제를 단순히 고용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그 대안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 차원에서 보면,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모범적인 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정책들은 계획대로 시행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이 제도를 보다 깊이 연구하고 공론화하여 청년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사회에 건강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진일보한 정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제시하는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는 종합적 대안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청년문제의 해법을 합의해내야 하며, 이는 낡은 정치를 극복하려는 복지국가 정치의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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