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가엾은 대통령

 

2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의 오찬간담회가 열렸다. 아니, 오찬간담회라기보다는 언론을 들러리로 세운 대통령의 자기 변명의 시간이라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듯 싶다. 간담회 발언 중 어디에서도 이번 총선의 결과가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확고한 의지의 표출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역대 정부 중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가장 많이 실현한 정부이고, 주거·일자리·등록금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고민하고 있는데 국회가 늦장을 부리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결국 새누리당의 참패로 귀결된 4·13 총선은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대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국회 심판’ 이란다. 총선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보니 내각 교체도 불필요할 뿐더러 기존의 정책들도 계속해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몇 몇 세부 정책들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더 암담하다. 대통령이 일석사조의 효과를 낸다고 극찬한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는 범위를 더 확대시켜 지금도 열악한 고용조건에서 해고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불안한 일자리를 늘리는 악법이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청소년들의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지금의 국정교과서는 공정성이라는 미명하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으로 판명나 사회적 논란 속에 있다. 세월호 특위는 국민 안전을 위해 진상을 파헤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그 역할과 의미에 대한 언급 없이 비용에만 집착하는 양상을 보인다. 당사자 고려 없이 한·일 정부간 이해타산적으로 접근하여 만들어낸 졸속협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정례화 시키겠다고는 했으나 협의의 대상이 될 기존 정책들에 대한 인식이 변함이 없는데 과연 협의체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와 입장이 다른 여당 내부에 대해서도 ‘허탈’, ‘비애’ 등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잘되기는 뭐가 잘되겠냐’ 라는 발언은 ‘협의’라는 정치적 과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서로 다른 입장의 여·야·정이 모이는 협의체가 어떤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 지 벌써 암울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가엾은 대통령이다. 지금과 같은 생각을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지, 지금 국민들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제 청와대에 기대하기 보다는 총선을 통해 만든 여소야대 국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각종 법안들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 당장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정교과서 폐기’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19대 국회’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이다. 대통령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향적인 그리고 국민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는 국정운영에 발목이라도 잡아 보고자 하는 국민들의 마음이다.

 

2016년 4월 27일


복지국가당 사무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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